스파티필름 꽃 피우기 (분갈이, 포기나누기, 뿌리정리)

잎은 매년 무성해지는데 꽃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면, 혹시 화분 속 뿌리 사정을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물을 더 주거나 햇빛 자리를 바꿔보는 정도로 버텼는데, 결국 화분을 엎어보고서야 문제가 뿌리에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스파티필름이 꽃을 멈추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면 해결도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스파티필름 꽃 피우기


분갈이 시기, 언제가 맞는 걸까요

스파티필름을 몇 년째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꽃대가 올라오지 않게 됩니다. 물도 꼬박꼬박 주고, 햇빛도 잘 드는 창가에 두었는데 왜 그럴까요? 제 경험상 이건 대부분 과밀(過密), 즉 화분 안이 뿌리로 너무 꽉 찬 상태를 뜻합니다. 뿌리가 화분 바닥 구멍 밖으로 삐져나와 있거나, 화분 가장자리로 잎이 축 처져 넘어가기 시작했다면 그게 신호입니다.

분갈이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꽃대가 예전처럼 올라오지 않고 잎만 늘어나는 경우
  2. 화분 가장자리 밖으로 잎이 과도하게 처져 나온 경우
  3. 화분 안쪽을 살짝 들춰봤을 때 작은 포기가 빽빽하게 밀생해 있는 경우
  4. 뿌리가 흙 표면 위로 노출되거나 배수 구멍 밖으로 나온 경우

저는 스파티필름을 소엽종(小葉種)으로 키우고 있는데, 소엽종이란 대엽종에 비해 잎 크기가 작고 조밀하게 군생하는 품종을 말합니다. 이 소엽종은 대엽종보다 포기가 훨씬 빨리 불어나기 때문에 방치하면 안쪽 개체들이 햇빛과 물을 받지 못하고 썩어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푸릇푸릇 멀쩡해 보였는데, 안을 열어보니 가운데 포기들이 노랗게 떠 있던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분갈이 적기는 보통 봄철이 좋지만, 위 증상이 뚜렷하다면 계절을 크게 가리지 않고 진행해도 괜찮습니다. 단, 한겨울 베란다처럼 18℃ 아래로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뿌리 회복이 더디므로 실내 온도가 18~25℃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점을 골라야 합니다.

포기나누기와 뿌리정리, 어디서 망설이셨나요

화분을 엎는 순간 뿌리 덩어리가 화분 모양 그대로 '뚝' 하고 떨어질 때, 처음 보시는 분들은 조금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건드렸다가 식물이 죽는 건 아닐까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스파티필름은 수염뿌리(fibrous root), 즉 가늘고 길게 뻗는 뿌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잘 끊기고, 또 잘 살아납니다. 수염뿌리란 굵은 원뿌리 대신 가는 뿌리가 사방으로 뻗는 형태를 말하는데, 이런 구조 덕분에 뿌리를 정리해도 회복이 빠른 편입니다.

뿌리 정리를 할 때는 파를 다듬는 방식이 딱 맞는 비유입니다. 가장 바깥쪽에 자리 잡은 크고 건강한 개체를 기준으로 흙을 털어내고, 엉켜있는 뿌리를 손으로 빗어내듯 풀어줍니다. 너무 길게 늘어진 뿌리는 화분 깊이에 맞게 잘라주어도 됩니다. 그리고 가운데 끼어 있던 작은 포기들, 이걸 분리해 주는 게 포기나누기(株分け)의 핵심입니다. 포기나누기란 하나의 뿌리 덩어리에서 개별 개체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각각 독립된 식물로 키우는 번식 방법을 말합니다.

분리한 포기를 화분에 심을 때는 크기 순서가 있습니다. 가장 큰 개체를 화분 중앙에 먼저 자리 잡게 하고, 중간 크기 개체를 그 주변으로, 가장 작은 어린 포기는 가장자리 쪽에 배치합니다. 이렇게 해야 모든 개체가 햇빛과 공간을 적절히 받으면서 옆으로 퍼지듯 풍성하게 자랍니다. 제가 직접 이 방식으로 심어봤는데, 합식(合植)으로 같이 심었을 때 전체적인 볼륨감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합식이란 여러 개체를 하나의 화분에 함께 심는 방식을 말합니다.

국립수목원의 식물 재배 가이드에서도 실내 관엽식물의 경우 과밀 상태가 지속되면 통기성 저하로 뿌리 부패가 촉진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수목원). 스파티필름처럼 번식력이 강한 식물일수록 주기적인 포기나누기가 오히려 더 건강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입니다.

분갈이 후 관리,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분갈이를 마쳤을 때 가장 뿌듯한 순간은 뭐냐고요? 저는 물을 흠뻑 주고 두세 시간 기다렸다가 축 처졌던 잎들이 스스로 고개를 들고 올라오는 걸 보는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면서 세포 안의 팽압(turgor pressure)이 회복되기 때문인데, 팽압이란 세포 내부의 수분이 세포벽을 밀어내는 압력으로 식물의 꼿꼿한 자세를 유지시키는 힘입니다. 이 장면만큼 가드닝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을 줄 때는 샤워기를 이용해 잎 위에서부터 비 오듯 흠뻑 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잎에 쌓인 먼지도 씻겨 내려가고, 흙 전체에 수분이 균일하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단, 물 온도는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차가운 물은 뿌리에 냉해(冷害)를 줄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온도인지 손가락으로 감지하면서 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분갈이 직후 비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분갈이 후 바로 시비(施肥)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건 좀 다릅니다. 뿌리 절단면이 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고농도 영양분이 닿으면 삼투 현상으로 오히려 뿌리 세포가 수분을 빼앗기면서 짓무를 수 있습니다. 시비란 식물에 비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분갈이 후에는 최소 한 달 뒤 뿌리가 완전히 정착했을 때 알비료 정도를 소량 올려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꽃대 관리도 놓치기 쉬운 포인트입니다. 스파티필름의 하얀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불염포(佛炎苞)입니다. 불염포란 꽃을 감싸고 보호하는 특수한 형태의 잎으로, 실제 꽃은 그 안에 도깨비방망이 모양으로 솟은 육수화서(肉穗花序) 부분입니다. 이 하얀 불염포가 서서히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꽃대를 밑동에서 잘라주어야 다음 꽃대가 빠르게 올라옵니다. 제 경험상 이걸 놓치고 노랗게 마를 때까지 두면 다음 꽃대 나오는 시간이 꽤 늦어집니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는 스파티필름 등 실내 공기정화식물에 대해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등 유해 가스 제거 효과를 검증한 바 있으므로, 건강한 개체를 유지하는 것이 공기 정화 효과에도 직결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티필름 분갈이는 몇 년에 한 번 해야 하나요?

A. 정해진 주기보다는 식물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꽃대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거나, 화분 밖으로 잎이 심하게 처지기 시작하면 그게 분갈이 신호입니다. 생육이 빠른 소엽종의 경우 2~3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Q. 포기나누기 후 작은 포기가 잘 안 살아나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A. 분리한 포기에 뿌리가 거의 없는 상태거나, 분리 직후 햇빛이 너무 강한 곳에 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은 포기일수록 뿌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밝은 음지에 두고, 흙이 과하게 마르지 않게 관리해 주세요. 뿌리만 남은 상태도 흙에 심어두면 싹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스파티필름이 음지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나요?

A. 음지에서도 생존은 하지만, 꽃을 피우려면 어느 정도 빛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밝은 반양지(半陽地)로 자리를 옮겨주거나, 평소 간접광이 충분히 드는 밝은 실내에 두는 것이 꽃대를 올리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Q. 분갈이 후 잎이 계속 축 처져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분갈이 과정에서 뿌리를 많이 정리했다면 일시적으로 수분 흡수력이 떨어져 잎이 처질 수 있습니다. 물을 충분히 주고 직사광선을 피한 밝은 실내에 두면 보통 몇 시간 안에 회복됩니다. 이틀이 지나도 처진 상태라면 뿌리가 너무 많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경재배로 전환해 뿌리 재생을 유도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수경재배로 바꾸고 싶은데, 그냥 물에 꽂으면 되나요?

A. 흙에서 자라던 스파티필름을 수경재배로 전환하려면 먼저 뿌리에 묻은 흙을 흐르는 물에 완전히 씻어내야 합니다. 흙이 남아있으면 물속에서 부패가 시작될 수 있으므로, 뿌리가 깨끗해진 것을 확인한 뒤 용기에 물을 채우고 꽂아주면 됩니다. 초기에는 뿌리가 잠기는 부분이 너무 많지 않게 조절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스파티필름은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꽃을 보려면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이렇게 한 번씩 속을 틔워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뿌리를 정리하고 포기를 나눠주는 일, 처음엔 좀 번거롭게 느껴지더라도 직접 해보시면 다음 꽃대가 올라올 때 그 보람이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꽃이 안 핀다고 포기하기 전에, 일단 화분을 한 번 엎어보시겠어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_14MAmbz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