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심은 뒤 90~120일이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걸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했는데, 첫 수확 때 흙 속에서 감자가 줄줄이 딸려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과정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핵심 몇 가지만 잡으면 베란다 홈파밍 중에서 성취감이 가장 큰 작물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씨감자 심기: 눈이 살아야 뿌리도 산다 씨감자(seed potato)란 다음 세대 감자를 키우기 위해 종자로 쓰는 감자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파는 감자로도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농약 처리가 된 식용 감자는 발아율이 들쭉날쭉해서 전용 씨감자를 구매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씨감자를 준비할 때 핵심은 '눈(芽, bud)'의 위치입니다. 눈이란 감자 표면에 움푹 파인 자리에서 싹이 돋아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자를 때 각 조각에 눈이 1~2개 이상 포함되도록 분리하고, 단면을 하루 이상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려줍니다. 이 건조 과정을 큐어링(curing)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잘린 단면에 보호막이 형성되도록 굳히는 작업입니다. 큐어링을 건너뛰면 단면에서 균이 쉽게 침투해 뿌리가 제대로 뻗기 전에 썩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이 단계를 얕봤다가 한 번 낭패를 본 뒤로는 절대 빠뜨리지 않습니다. 심을 때는 깊이가 최소 15cm 이상 나오는 컨테이너나 그로우백(grow bag)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로우백이란 부직포 소재로 만든 재배용 포대로, 통기성이 뛰어나 뿌리 과습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씨감자는 깊이 10~15cm 지점에 눈이 위를 향하도록 넣고, 유기물 비료를 흙과 섞어 덮어줍니다. 유기물 비료(有機物 肥料)란 동식물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든 비료로, 화학 비료에 비해 흙 속 미생물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뿌리 발달에 훨씬 유리합니다. 심고 나서 뿌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싹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뿌리를 충분히 ...
처음 식물을 키울 때 저도 그랬습니다. 겉흙이 말라 보이면 주전자를 들고 가 콸콸 부어주는 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물을 주는데도 잎이 처지고, 흙은 점점 돌처럼 굳어가고, 결국 뿌리가 조용히 망가지는 경험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물을 주는 것'과 '물을 잘 주는 것'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강한 수압이 흙 속에 만드는 물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을 충분히 줬는데 식물이 시든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수압(水壓), 즉 물이 흙에 닿는 힘의 세기에 있었습니다. 수압이 강하면 흙 표면이 파이면서 특정 경로로만 물이 흘러내리는 물길이 형성됩니다. 물길이란 흙 속에 고정된 통로처럼 굳어진 틈새를 뜻하는데, 이 경로를 따라 물이 빠져나가면 화분 받침으로 물이 흘러나와도 정작 뿌리 주변 흙은 바싹 마른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길이 반복될수록 흙이 다져지면서 통기성(通氣性)이 떨어집니다. 통기성이란 흙 알갱이 사이로 공기가 드나드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게 떨어지면 산소를 필요로 하는 뿌리가 서서히 질식합니다. 흙이 굳었다고 느껴진다면 일단 화분을 들어 무게를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데도 뿌리 상태가 나쁘다면 통기성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썼습니다. 하나는 일회용 포크로 흙 표면을 살살 뒤적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저면관수(底面灌水)로 흙 전체를 다시 적시는 방법입니다. 저면관수란 화분 바닥의 배수 구멍을 통해 아래에서 위로 물을 흡수시키는 관수 방식입니다. 대야에 화분 높이의 절반쯤 물을 채우고 3~5시간 담가두면 굳어있던 속흙까지 골고루 적셔집니다. 다만 포크로 뒤적이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편입니다. 실뿌리(잔뿌리)가 흙 표면 가까이 뻗어있는 식물은 포크 작업 중에 뿌리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뿌리가 깊게 내린 큰 화분에만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가 거의 들지 않는 주방 한 켠이나 복도 선반에 식물을 놓고 싶은데, '이 정도 빛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망설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북향 구조인 저희 집 복도는 하루 종일 그늘이라 식물 한 화분 들이기가 겁났거든요. 그런데 막상 반음지 식물 몇 종을 들여놓고 나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직사광선을 피하는 식물들이 더 오래, 더 진하게 초록을 유지하더군요. 빛이 부족한 실내, 어떤 환경인가 반음지(半陰地)란 직사광선이 닿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간접광이 들어오는 환경을 뜻합니다. 완전히 어두운 암실과는 다르고, 하루 2~4시간 정도 산란광(散亂光)이 들어오는 공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산란광이란 유리창이나 벽을 통해 꺾여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으로, 식물의 광합성을 최소한으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는 말을 '완전 암흑에서도 괜찮다'로 오해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에는 복도 안쪽 선반, 창문에서 1.5미터 넘게 떨어진 자리에 수박페페를 뒀다가 줄기가 웃자라는 황화현상(黃化現象)을 겪었습니다. 황화현상이란 빛이 부족할 때 식물이 광원을 향해 비정상적으로 길고 가늘게 자라면서 잎 색이 옅어지는 현상입니다. 결국 창가에서 1미터 이내로 위치를 옮겼더니 줄기 모양이 다시 균형 잡혔습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실내 창가에서 1미터 거리의 조도(照度)는 약 500~1,000럭스(lux) 수준으로, 반음지 식물 대부분이 생육에 필요한 최소 광량을 충족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도란 특정 공간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낮을수록 어두운 환경을 의미합니다. ( 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이 기준을 기억해두면 어느 자리에 화분을 놓을지 판단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반음지 식물별 특성 분석 제가 직접 키워보면서 파악한 식물별 특성을 정리해보면, 생각보다 관리 난이도 차이가 꽤 큽니다. 흔히...